선악과 미추 (역학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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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善惡)과 미추(美醜)

 

이와 같이 선악(善惡)이라 함은 행위(行爲)에서 생(生)하는 것이므로 사람의 행위(行爲)에는 또한 선악(善惡)과 미추(美醜)의 구별(區別)이 있다. 사람의 행위(行爲)가 전(專)혀 개체(個體)에 국한(局限)하여 사회(社會)나 타인(他人)에게 아무런 영향(影響)을 미치지 아니하는 자(者)는 선행(善行)도 되지 아니하고 악행(惡行)도 되지 아니한다. 사람의 행위(行爲)는 직접(直接) 혹(或)은 간접(間接)으로 사회(社會)에 영향(影響)치 아니하는 것이 없으나, 그 중(中)에는 또한 개체(個體)에 국한(局限)한 것이 없지 아니하니, 이러한 행위(行爲)에는 선악(善惡)이 없고 오직 미추(美醜)가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그 행위(行爲)가 비록 가찬(可讚)할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社會)를 이(利)함이 없으면 미행(美行)은 되나 선행(善行)은 되지 못하나니, 공자(孔子)가 제순(帝舜)의 음악(音樂)을 듣고 「盡美矣 又盡善矣 = 미(美)하고 또 다 선(善)하다」【註六】하고, 주무왕(周武王)의 음악(音樂)을 듣고 「盡美矣 未盡善也 = 다 미(美)하되 다 선(善)치 못하다【註七】하니, 이는 제순(帝舜)의 음악(音樂)은 자체(自體)의 미(美)와 사회(社會)를 화성(化成)하는 선(善)을 겸유(兼有)하고 있으되 주무왕(周武王)의 음악(音樂)은 자체(自體)는 미(美)하나 은국(殷國)을 멸(滅)한 살벌(殺伐)의 기(氣)가 있으므로 진선(盡善)치 못하다 함이며, 역(易)에 양(陽)의 작용(作用)에는 흔히 선(善)을 말하고 음(陰)의 작용(作用)에는 흔히 미(美)를 말한 것은, 양(陽)은 발현(發顯)하여 행위(行爲)가 생(生)하고, 음(陰)은 함축(含蓄)하여 행위(行爲)가 외현(外現)치 아니하는 까닭이니, 이가 곧 미(美)와 선(善)을 구별(區別)하는 표준(標準)이다. 또 비록 가책(可責)할 행위(行爲)라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社會)를 해(害)함이 없으면 추행(醜行)은 되나 악행(惡行)은 되지 아니하나니, 역(易)에 「老婦士夫 亦可醜也 = 노부(老婦)와 사부(士夫)가 또한 가(可)히 추(醜)하다」【註八】하여, 노부(老婦)와 소남(少男)이 결혼(結婚)함이 추(醜)하다 함을 말하고, 또 「闚觀 亦可醜也 = 규관(闚觀)하니 또한 可히 추(醜)하다」【註九】하여, 광대(廣大)한 경역(境域)을 보지 못하고 겨우 간극(間隙)으로부터 일부분(一部分)을 규견(窺見)함이 추(醜)하다 함을 말하니, 이러한 일은 추행(醜行)은 되나 죄(罪)를 범(犯)한 악행(惡行)은 되지 아니하나니, 이가 곧 악(惡)과 추(醜)를 구별(區別)하는 표준(標準)이다. 그러므로 국가(國家)의 상벌제도(賞罰制度)같은것도 선행(善行)은 포상(褒賞)하되 선(善)을 반수(伴隨)치 아니한 미행(美行)은 포상(褒賞)치 아니하며, 악행(惡行)은 처벌(處罰)하되 악(惡)에 흐르지 아니한 추행(醜行)은 처벌(處罰)치 아니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래(古來)로 선악(善惡)에 상대성(相對性)이 있어 동일(同一)한 행위(行爲)가 시대(時代)의 변천(變遷)으로 인(因)하여 고(古)에 선(善)한 자(者)가 금(今)에 불선(不善)하고 금(今)에 선(善)한 자(者)가 고(古)에 불선(不善)한 일도 있고, 혹(或)은 처지(處地)의 상이(相異)로 인(因)하여 차(此)에 선(善)한 자(者)가 피(彼)에 불선(不善)하고, 피(彼)에 선(善)한 자(者)가 차(此)에 불선(不善)한 일도 있으며, 종교(宗敎)의 상이(相異), 정책(政策)의 상위(相違) 등(等)이 또한 모두 아선피악(我善彼惡)을 주장(主張)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선악(善惡)의 규준(規準)은 시대(時代)와 처지(處地)를 따라서 변화(變化)하여, 자고급금(自古及今)에 이미 그러하고 자금이후(自今以後)에 또한 그러할지라, 그러나 선악(善惡)의 규준(規準)이 변화(變化)하는 속에는 또한 변화(變化)치 아니하는 항구(恒久)가 있으니, 그것은 곧 사람의 생존(生存)을 위(爲)하는 행위(行爲)는 항구불변(恒久不變)하는 선(善)이 되고, 그에 반(反)하는 행위(行爲)는 악(惡)이 되는 것이다.

소위(所謂) 도덕(道德)이라 하는 것도 이 생존작용(生存作用)을 행(行)하는 행위(行爲)를 말함이니, 도(道)라 함은 생존작용(生存作用)을 행(行)하는 용(用) 즉(卽) 운행(運行)이오, 덕(德)이라 함은 생존작용(生存作用)을 행(行)하는 체(體) 즉(卽) 조직(組織)이다. 천지(天地)에 있어서는 한번 음(陰)하고 한번 양(陽)하여 물(物)을 생생(生生)하는 운행(運行)을 도(道)라 하고, 물(物)을 생생(生生)하도록 구성(構成)되어 있는 조직(組織)을 덕(德)이라 하며, 사람에 있어서는 사람을 제활(濟活)하는 마음의 운행(運行)을 도(道)라 하고, 그 마음의 조직(組織)을 덕(德)이라 하니, 도(道)는 덕(德)의 용(用)이오 덕(德)은 도(道)의 체(體)이다. 그런데 선악(善惡)과 도덕(道德)이 여하(如何)히 다른가 하면, 선악(善惡)이라 함은 사람의 행위(行爲)가 실제(實際)로 사물(事物)에 나타나서 타인(他人)이나 사회(社會)에 이해(利害)를 미치게 한 때에 그 행위(行爲)의 결과(結果)를 말함이오, 도덕(道德)이라 함은 선악(善惡)을 발생(發生)하는 마음의 운행(運行)․조직(組織)의 형태(形態)를 말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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