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과 유동 방과원 (역학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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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安定)과 유동(流動)

‣안정(安定)은 방(方)하고 유동(流動)은 원(圓)하다

 

만물(萬物)의 생존작용(生存作用)은, 항구(恒久)한 체(體)는 그 상(象)이 방(方)하여 안정(安定)하는 작용(作用)이 있으니, 방(方)이라 함은 평(平)하고 정(正)함을 상(象)함이오, 변화(變化)하는 용(用)은 그 상(象)이 원(圓)하여 유동(流動)하는 작용(作用)이 있으니, 원(圓)이라 함은 주(周)하고 전(轉)함을 상(象)함이다.

 

 

역(易)에 「乾爲圜 = 건(乾)은 환(圜)이된다 」【註一】함은, 양(陽)의 유동(流動)하는 작용(作用)이 원(圓)함을 말함이오, 「坤德方 = 곤(坤)은 덕(德)이 방(方)하다」【註二】함은, 음(陰)의 안정(安定)하는 작용(作用)이 방(方)함을 말함이며, 또 「蓍之德圓以神 卦之德方以知 = 시(蓍)의 덕(德)은 원(圓)하여 써 신(神)하고, 괘(卦)의 덕(德)은 방(方)하여 써 지(知)하다」【註三】하니, 시(蓍)는 삼오착종(參伍錯綜)으로 변화(變化)하는 것이오 괘(卦)는 이미 형체(形體)를 이루어 정지(靜止)한 것이라, 이는 시(蓍)는 신(神)하여 방(方)이 없이 변화(變化)함으로 그 작용(作用)이 원(圓)하고, 괘(卦)는 정지(靜止)하여 정리(定理)가 있으므로 그 작용(作用)이 방(方)함을 말함이다.

 

 

만물(萬物)은 체(體)가 안정(安定)한 연후(然後)에 능(能)히 일정(一定)한 방소(方所)에 위(位)하여 항상(恒常) 존존(存存)할 수 있고 용(用)이 유동(流動)한 연후(然後)에 능(能)히 시(時)와 환경(環境)에 따라서 생생불궁(生生不窮)할 수 있는 것이니, 이 까닭에 만물(萬物)의 운동(運動)은 안정(安定)하면서 유동(流動)하고 유동(流動)하면서 안정(安定)하여, 안정(安定)과 유동(流動)이 호근(互根)하고 있는 것이다. 예(例)컨대 대지(大地)의 지축(地軸)이 현재(現在) 북극성(北極星)과 연결(連結)하여 항상(恒常) 일정(一定)한 방향(方向)으로 운행(運行)함은 체(體)의 안정(安定)이오 대지(大地)가 태양(太陽)의 주위(周圍)를 환전(圜轉)하여 정식(停息)치 아니함은 용(用)의 유동(流動)이다.

 

 

천지간(天地間)에는 하나도 운동(運動)치 아니하는 것이 없는지라, 대지(大地)가 이미 북극성(北極星)에 계속(繼續)되어 있으므로 그 동계(同系)인 태양(太陽)도 반드시 북극성(北極星)에 대(對)하여 어떠한 형태(形態)로든지 안정(安定)과 유동(流動)의 작용(作用)을 행(行)할 것이며, 대지(大地)는 또 태허(太虛)에 있어서는 유동(流動)하는 용(用)이 되고 있으나, 지상(地上)의 만물(萬物)과의 관계(關係)에 있어서는 만물(萬物)을 안정(安定)히 의착(依着)시키는 체(體)가 되고 있어, 여기에도 또한 안정(安定)과 유동(流動)의 양면작용(兩面作用)이 있는 것이다. 모든 생물(生物)이 대지(大地)에 의착(依着)하여 상리(相離)하지 못함은 체(體)의 안정(安定)이오, 동물(動物)이 비록 대지(大地)에 의착(依着)하고 있으되 항상(恒常) 운동(運動)하고 있음은 용(用)의 유동(流動)이며, 식물(植物) 같은 것도 비록 토지(土地)에 고착(固着)되어 있으되 또한 용(用)의 유동작용(流動作用)에 의(依)하여 부단(不斷)히 운동(運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물(萬物)의 생존작용(生存作用)은 안정(安定)만 있고 유동(流動)이 없으면 스스로 고정(固定)하여 시의(時宜)에 적응(適應)치 못하고 또 유동(流動)만 있고 안정(安定)이 없으면 스스로 요동(撓動)하여 자체(自體)를 지탱(支撑)치 못하는 것이다.

 

 

정치(政治)의 운영(運營)에 있어서 안정(安定)한 체(體)라 함은 성헌정규(成憲定規)를 준수(遵守)하는 상도(常道)를 말함이오, 유동(流動)하는 용(用)이라 함은 시의(時宜)에 응(應)하여 적의(適宜)히 변통(變通)하는 권도(權道)를 말함이다. 상도(常道)는 그 상(象)이 방(方)하여 안정(安定)함으로 국민행동(國民行動)의 규준(規準)이되고 질서유지(秩序維持)의 근간(根幹)이 되며, 권도(權道)는 그 상(象)이 원(圓)하여 주류(周流)함으로 일변월화(日變月化)하는 사회상태(社會狀態)에 적응(適應)하여 수시변화(隨時變化)하는 것이다.

 

 

‣방(方)과 원(圓)의 호근(互根)

안정(安定)과 유동(流動)은 체용관계(體用關係)로써 호근(互根)하고 있으므로, 방(方)과 원(圓)이 또한 호근(互根)하여 방(方)의 속에 원(圓)이 있고 원(圓)의 속에 방(方)이 있다. 전(前)에 예거(例擧)한 대지(大地)로써 보면 대지(大地)는 원구형(圓球形)을 띠고 있으면서 지상(地上)의 해면(海面)은 평면(平面)을 이루어 그 작용(作用)이 방(方)하니 이는 대지(大地)가 태허중(太虛中)을 유동(流動) 환행(圜行)하는 용(用)이되기 위(爲)하여는 그 형상(形象)이 원(圓)치 아니하면 안되나, 만물(萬物)을 정착(定着)시키는 체(體)가 되기 위(爲)하여는 지면(地面)의 작용(作用)이 방(方)치 아니하면 안되나니, 이가 곧 방원(方圓)의 호근(互根)이다. 역(易)에 대지(大地)의 작용(作用)을 말하되 「坤至柔而動也剛 至靜而德方 坤道其順乎 承天而時行 = 곤(坤)은 지극(至極)히 유(柔)하되 동(動)함이 강(剛)하고 지극(至極)히 정(靜)하여 덕(德)이 방(方)하니라, 곤(坤)의 도(道)가 그 순(順)한저 천(天)을 승(承)하여 시(時)로 행(行)한다」【註四】하니, 이는 대지(大地)가 천(天)의 운행(運行)을 승수(承受)하여 강(剛)하게 동(動)하는 상(象)은 천(天)과 같이 원(圓)하고, 또 지극(至極)히 순(順)하고 정(靜)한 작용(作用)은 그 상(象)이 방(方)하다 함을 말함이니, 고래(古來)로 천원지방(天圓地方)하고 천동지정(天動地靜)하다 함은 지(地)가 방(方)하고 정(靜)함이 아니라, 전(全)혀 천(天)과 지(地)와의 대대작용(對待作用)을 말함이다.

 

 

모든 생물(生物)로써 보면 초목(草木)의 과실(果實), 자인(子仁) 등(等)과 충어조수(虫魚鳥獸)의 난(卵), 난자(卵子) 등(等)이 모두 원형(圓形)을 띠고 있는 것은 그것이 생식작용(生殖作用)의 생생(生生)하는 용(用)으로서 유동(流動)하기 위(爲)하여 원형(圓形)이 되지 아니할 수 없음이오, 식물(植物)이나 동물(動物)의 모체(母體)는 지상(地上)에 정착(定着)하여 그 작용(作用)이 방(方)한 것은 그것이 존존(存存)하는 체(體)로서 안정(安定)을 얻기 위(爲)하여 방형(方形)이 되지 아니할 수 없음이며, 실(實)․난(卵) 등(等)이 비록 원(圓)하나 용(用)으로서의 임무(任務)를 마친 연후(然後)에는 성장(成長)하여 방형(方形)의 체(體)가 되고 다시 원형(圓形)의 실(實)․난(卵)을 생(生)하나니, 이는 모두 방원(方圓)이 호근(互根)하여 원(圓)은 방(方)으로 화(化)하고 방(方)은 원(圓)을 생(生)하는 것이다. 소강절(邵康節)은 말하되 「陽之類圓 成形則方 陰之類方 成形則圓 = 양(陽)의 유(類)는 원(圓)하나 형(形)을 성(成)한즉 방(方)하고 음(陰)의 유(類)는 방(方)하나 형(形)을 성(成)한즉 원(圓)하다」【註五】함은, 원(圓)한 용(用)은 방(方)한 체(體)로 화(化)하고, 방(方)한 체(體)가 성숙(成熟)하여 원(圓)한 용(用)을 출산(出産)함을 말함이다.

 

 

그러므로 지상(地上)의 만물(萬物)은 그 구조(構造)에 있어서도 모두 방원(方圓)의 양작용(兩作用)을 가지고 있으니, 동식물(動植物)의 체(體)는 안정(安定)하기 위(爲)하여 그 작용(作用)이 방(方)하고 있으되, 그 유동(流動)하는 부분(部分)은 식물(植物)의 근(根) 간(幹) 경(莖) 지(枝), 동물(動物)의 체구(體軀) 사지(四肢) 등(等), 어느 것이 원형(圓形)을 띠지 아니한 것이 없다.

 

 

대공간(大空間)에 열장(列張)된 무수(無數)한 성수(星宿)들이 어떤 형태(形態)로든지 모두 원형(圓形)을 띠고 있는 것은 모두 운동(運動)하고 있는 까닭이며, 지상(地上)에서 우리 사람을 비롯하여 조수(鳥獸), 충어(虫魚), 식물(植物)들이 활동(活動)하는 상태(狀態)를 보면 원주형(圓柱形)의 체간(體幹)․지속(肢屬)․경지(莖枝) 등(等) 타원형(橢圓形)의 안면(顔面)․목엽(木葉) 등(等), 원구형(圓球形)의 안구(眼球)․과실(果實) 등(等), 원공형(圓空形)의 이공(耳孔)․비공(鼻孔)․구강(口腔) 등(等), 무수(無數)한 원(圓)이 총동원(總動員)되어 활동(活動)하고 있으며 심지어(甚至於) 주위(周圍)를 둘러싼 산봉(山峰)이 모두 원(圓)하고, 식탁상(食卓上)의 기반(器盤)이 또한 원(圓)하고, 초목(草木)의 엽상(葉狀)에 맺힌 수적(水滴)도 원형(圓形)이오, 수은(水銀)이나 철속(鐵屬)의 용액(溶液)을 산포(散布)하면 모두 원구(圓球)가 되며, 사람이 지상(地上)을 왕래(往來)함은 평면상(平面上)을 행(行)하고 있으되, 실(實)은 원구상(圓球上)을 회전(廻轉)하는 것이니, 지상(地上)의 원(圓)의 운동(運動)은 천공(天空)의 성신(星辰)을 망견(望見)하는 듯한 기관(奇觀)이다. 이와 같이 천공(天空)과 지상(地上)이 모두 원(圓)의 무대(舞臺)로 되어 있는 것은 그것이 잠시(暫時)도 지식(止息)치 아니하고 운동(運動)하고 있는 상징(象徵)이며, 오직 우리의 거처(居處)하는 가옥(家屋)이 대개(大槪) 방형(方形)으로 되어 있는 것은 유동(流動)의 속에 안정(安定)을 얻기 위(爲)하여 만들어진 유일(唯一)한 정식처(靜息處)인 까닭이다.

 

 

사람의 행동(行動)에도 방원(方圓)의 상(象)이 있으니 조수(操守)가 견고(堅固)하여 동요(動搖)치 아니함은 안정(安定)한 방(方)의 상(象)이오, 구니(拘泥)와 집착(執着)이 없고 융통성(融通性)이 있음은 유동(流動)하는 원(圓)의 상(象)이라, 이 까닭에 조행(操行)이 일정(一定)한 규격(規格)을 이루고 있음을 방정(方正)이라 하고, 사물(事物)을 접응(接應)함에 주선(周旋)하고 변통(變通)함을 원숙(圓熟)이라 한다. 역(易)에「義以方外 = 의(義)로써 외(外)를 방(方)한다 」【註六】함은, 주위(周圍)의 사물(事物)을 적의(適宜)히 재제(裁制)하여 한 정형(定形)을 작성(作成)함이니 곧 방(方)의 상(象)이오 「知周乎萬物 = 지(知)가 만물(萬物)에 주(周)한다」【註七】함은 지(知)는 의(義)의 정(精)함이라 지(知)가 천하(天下)의 만물(萬物)에 주류편행(周流遍行)하여 모두 그 생존(生存)을 완수(完遂)케 함이니 곧 원(圓)의 상(象)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 「其戰人也 如轉木石 木石之性 安則靜 危則動 方則止 圓則行 故善戰人之勢 如轉圓石於千仞之山 = 그 사람과 싸움이 목석(木石)을 전(轉)함과 같으니 목석(木石)의 성(性)이 안(安)한즉 정(靜)하고 위(危)한즉 동(動)하며, 방(方)한즉 지(止)하고, 원(圓)한즉 행(行)하는지라, 고(故)로 선(善)히 사람과 싸우는 세(勢)는 원석(圓石)을 천인(千仞)의 산(山)에서 전(轉)함과 같다」【註八】하니, 안정(安定) 위동(危動)은 인심(人心)이 안정(安定)하면 지정(止靜)하고 인심(人心)이 안정(安定)치 못하면 투쟁(鬪爭)하는 이(理)를 말함이오 방지원행(方止圓行)은 수세(守勢)를 취(取)하는 자(者)는 방(方)하여야하고 공세(攻勢)를 취(取)하는 자(者)는 원(圓)하여야하는 이(理)를 말함이니, 이는 차등(差等)과 균평(均平), 안정(安定)과 유동(流動)의 원리(原理)를 전술(戰術)에 응용(應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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