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관과 동관 (역학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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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관(通觀)과 동관(童觀)

 

인생사회(人生社會)에는 공간(空間)과 시간(時間), 환경(環境)과 사람의 의식(意識), 민중(民衆)과 정령(政令), 현실(現實)과 이상(理想), 보수(保守)와 혁신(革新) 등(等), 어느 것이 체용관계(體用關係)로써 대대(對待)되지 아니한 것이 없으니 사회(社會)의 생존사업(生存事業)을 행(行)함에는 이 대대(對待)되는 양면사물(兩面事物)을 통관(通觀)한 연후(然後)에 그 속에 함장(含藏)되어 있는 이해(利害)․득실(得失)․선악(善惡)․미추(美醜) 등(等)의 전형(全形)이 요연(暸然)히 나타나는 것이다.『소강절(邵康節)』은 말하되 「聖人之所以能一萬物之情者 謂其聖人之能反觀也 所以謂之反觀者 不以我觀物也 不以我觀物者 以物觀物之謂也 以物觀物 性也 以我觀物 情也 性公而明 情偏而暗 = 성인(聖人)이 써 능(能)히 만물(萬物)의 정(情)을 일(一)하게 하는 바는 성인(聖人)이 능(能)히 반관(反觀)함을 이름이라, 써 반관(反觀)이라 이르는 바는 아(我)로써 물(物)을 관(觀)치 아니함이오, 아(我)로써 물(物)을 관(觀)치 아니한다 함은 물(物)로써 물(物)을 관(觀)함을 이름이다. 물(物)로써 물(物)을 관(觀)함은 성(性)이오 아(我)로써 물(物)을 관(觀)함은 정(情)이니 성(性)은 공(公)하고 명(明)하며, 정(情)은 편(偏)하고 암(暗)하다」【註十】하니, 성(性)은 이성(理性)이오 정(情)은 감정(感情)이라, 이는 반관(反觀)이라 함은 이성적(理性的) 관찰(觀察)로서 지금의 소위(所謂) 객관(客觀)이니, 사물(事物)을 반관적(反觀的)으로 관찰(觀察)하면 일점(一點)의 사사(私邪)가 없이 공정(公正)하고 현명(賢明)하여 능(能)히 만민(萬民)의 심정(心情)을 통일(統一)할 수 있으니 이가 곧 통관(通觀)이오 아관(我觀)이라 함은 감정적(感情的) 관찰(觀察)로서 지금의 소위(所謂) 주관(主觀)이니, 아관(我觀)은 자아(自我)의 이해(利害)를 중심(中心)으로한 관찰(觀察)이므로, 편사(偏私)하고 혼암(昏暗)하여 사물(事物)의 일부분(一部分)밖에는 보지 못하나니 이가 곧 동관(童觀)이다.

고래(古來)로 비록 용군암주(庸君暗主)라 하더라도 그 군주(君主)에게 일기일예(一技一藝)의 능(能)이 없는 것이 아니니 혹(或)은 시문(詩文)에 우수(優秀)하고 혹(或)은 서화(書畵)에 특장(特長)하고 혹(或)은 변론(辯論)에 능숙(能熟)하여 그 재능(才能)의 가칭(可稱)할 바가 있다. 그러나 그 소견(所見)이 편국(偏局)하여 국사(國事)의 전체(全體)를 통관(通觀)치 못하고 부분(部分)에는 현명(賢明)하나 대체(大體)에 혼암(昏暗)한 까닭에, 마침내 국가대사(國家大事)를 그르친 것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智者之慮 必雜於利害 雜於利而務可伸也 雜於害而患可解也 = 지자(智者)의 여(慮)는 반드시 이해(利害)를 잡(雜)할지니 이(利)를 잡(雜)하면 무(務)를 가(可)히 신(伸)할지오, 해(害)를 잡(雜)하면 환(患)을 가(可)히 해(解)할지라」【註十一】하니, 잡(雜)이라함은 이해량면(利害兩面)을 아울러 참작(參酌)함이라, 이는 모든 사물(事物)에는 이해(利害)가 병존(倂存)하여 서로 의복(倚伏)하고 있으므로, 지자(智者)는 이(利)를 만난 곳에 그 사려(思慮)가 반드시 이중(利中)의 해(害)를 생각하여 이(利)를 탐(貪)내어 해(害)를 유망(遺忘)치 말 것이오, 또 해(害)를 만난 곳에 그 사려(思慮)가 반드시 해중(害中)의 이(利)를 생각하여, 해(害)를 두려워하여 이(利)를 일실(逸失)치 말 것이라 함을 말함이다. 제이차(第二次) 세계대전중(世界大戰中)에 미국(美國)과 일본(日本)은 구적(仇敵)이오, 미국(美國)과 소련(蘇聯)은 연합(聯合)이러니, 겨우 종전(終戰)한 후(後)에, 구적(仇敵)이던 미일(美日)은 친우(親友)가 되고, 연합(聯合)이던 미소(美蘇)는 적대(敵對)하고 있는 것이 그 일례(一例)이다. 그러므로 사회(社會)의 생존(生存)을 위(爲)하는 사업(事業), 특(特)히 정치(政治)에 있어서 동관(童觀)에 빠지지 말고 항상(恒常) 대대(對待)되는 양면(兩面)을 통관(通觀)하며 부분(部分)에 구니(拘泥)치 말고 힘써 대체(大體)를 파지(把持)치 아니하면 안 되는 소이(所以)는, 실(實)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지금에 모든 학문(學問)이 전문적(專門的)으로 분화(分化)하고 있는데 이는 사물(事物)을 깊이 연구(硏究)함에는 극(極)히 필요(必要)한 일이나, 학문(學問)이 분화(分化)하면 분화(分化)할수록 부분(部分)에 편경(偏傾)하여 통일성(統一性)을 상실(喪失)하기 쉬우며 따라서 사람의 두뇌기능(頭腦機能)도 전문화(專門化)하고 편국화(偏局化)하여 사물(事物)의 전체(全體)를 통관(通觀)치 못하는 폐(弊)에 빠지기 쉬운 것이다. 더욱이 정치(政治)같은 것은 먼저 국가통체(國家統體)를 운영(運營)하는 통일적(統一的)․항구적(恒久的)인 대책(大策)를 수립(樹立)하고, 그 대책(大策)에 의(依)하여 대체(大體)로부터 세부(細部)에 나누어 법령(法令)을 정(定)하고 이무(吏務)를 분장(分掌)하는 것이니, 만일 정치(政治)에 이 분화(分化)된 전문방법(專門方法)을 쓰고 또 정치(政治)를 운영(運營)하는 사람의 두뇌(頭腦)가 편국화(偏局化)한다고 하면, 대대(對待)의 이(理)를 알지 못하여 그 정치(政治)는 면전(面前)만을 보고 월편(越便)을 보지 못하며, 금일(今日)만을 알고 명일(明日)을 알지 못하여, 크게 사회(社會)의 생존(生存)을 조해(阻害)하는 것이다. 공자(孔子)의 정치론(政治論)에「無欲速 無見小利 欲速則不達 見小利則大事不成 = 속(速)함을 욕(欲)하지 말고 소리(小利)를 견(見)하지 말라, 속(速)하고저 하면 달(達)치 못하고, 소리(小利)를 견(見)하면 대사(大事)가 성(成)치 못한다」【註十二】하니, 이는 정치(政治)의 운행(運行)하는 도정(途程)은 장원(長遠)하고 영역(領域)은 광대(廣大)한지라, 급속(急速)하고저 하면 겨우 근지(近地)에는 도달(到達)할 수 있으나 원방(遠方)에는 도달(到達)치 못하고, 소리(小利)에 착안(着眼)하면 비록 소사(小事)는 성취(成就)할 수 있으나 대사(大事)는 성취(成就)치 못함을 말함이니, 이것도 또한 원근(遠近)․대소(大小) 등(等) 모든 대대(對待)를 통관(通觀)하여야 할 것을 경고(警告)함이오, 역(易)에「開國承家 小人勿用 = 국(國)을 개(開)하고 가(家)를 승(承)함에 소인(小人)을 용(用)치 말라」하고, 그의 소상전(小象傳)에「小人勿用必亂邦也 = 소인(小人)을 용(用)치 말라 함은 반드시 나라를 어지럽게 함일 새라」【註十三】하니, 소인(小人)이라 함은 소견(所見)이 편국(偏局)하여 소체(小體)만을 보고 대체(大體)를 보지 못하며 자기일신(自己一身)의 이해(利害)에 절근(切近)한 일만을 알고 국가통체(國家統體)의 안위(安危)에 관(關)한 대사(大事)를 알지 못하는 동관자(童觀者)를 말함이니, 이러한 소인(小人)은 이권(利權)을 보면 자기(自己)가 먼저 먹으려하고, 위난(危難)한 일을 당(當)하면 먼저 몸을 피(避)하는 까닭에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역(易)에「以前民用 = 써 민(民)의 용(用)에 앞서 한다」【註十四】하니, 이는 위정자(爲政者)의 총명(聰明)이 광대(廣大)하고 명조(明照)하여, 공간적(空間的)으로는 만민(萬民)의 실정(實情)을 살피고 시간적(時間的)으로는 미래(未來)를 예측(豫測)하는 선견(先見)의 명(明)이 있어 사전(事前)에 미리 조처(措處)함을 말함이니, 임진란전(壬辰亂前)에『이율곡(李栗谷)』의 십만양병론(十萬養兵論)과『이충무(李忠武)』의 구선예비책(龜船豫備策) 같은 것이 곧 이전민용(以前民用)이 되는 것이다. 정치운영자(政治運營者)의 총명(聰明)의 대소(大小)와 혼명(昏明)은 직통(直通)으로 국가(國家)의 안위(安危)와 민중(民衆)의 생명보호(生命保護)에 관계(關係)되는 것이니, 역학전체(易學全體)를 통(通)하여 대인(大人)과 성인(聖人)이 대위(大位)에 이처(履處)하여야 할 것을 말함은 이 까닭이다.

註一.『徐花潭』先生集 原理氣中에서 要點을 초출(抄出)한 것이다.

註二. 繫辭上傳 第五章

註三. 繫辭上傳 第十二章

註四. 繫辭上傳 第五章

註五. 繫辭上傳 第十一章

註六. 『徐花潭』先生集 原理氣中에서 要點을 抄出한 것이오,「一非數也數之體也」라 함은 先生의 自註中에서 取한 것이다.

註七. 繫辭上傳 第五章

註八. 皇極經世觀物內篇之二

註九.『李濟馬』箸 東醫壽世保元

註十. 皇極經世觀物內篇之十二인데「以物觀物」以下는 同書 觀物外篇上

註十一. 孫子九變篇

註十二. 論語 子路篇

註十三. 師卦上六爻辭와 그 小象傳

註十四. 繫辭上傳 第十一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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